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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현 "화가인 제가 밥상 만들었습니다"Chon byung hyun Newspaper article  
Chon byung hyun Newspaper article
전병현 "화가인 제가 밥상 만들었습니다"
기사입력 2010-09-30 09:26
“화가인 제가 밥상을 만들었습니다. 화가인지라 요리도 별다르게 합니다. 한지를 물에 풀어 죽을 만들고, 석고 가루로 오목 볼록 만든 틀 위에 한지죽을 올려 밥그릇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 땅에 자생하는 아름다운 꽃들을 담습니다. 드십시오. 내 밥상은 누구나 드실 수 있는 밥상입니다.” 

전통적 소재와 독특한 기법으로 한국의 시정(詩情)을 담아온 화가 전병현(53)이 3년 만에 개인전을 마련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의 타이틀은 3년 전과 똑같이 ‘블러섬(Blossom)’이다. 그러나 백자에 담긴 꽃가지를 백색 톤으로 표현했던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깊은 숲과 너른 들판을 담은 풍경화가 주류를 이룬다. 색채는 다채로워졌고, 표현은 탄탄해졌다. 

작업을 위해 작가는 지리산과 광릉 국립수목원, 강진의 마량포구 등을 누볐고, 그 감흥을 캔버스에 옮겼다. 이에 따라 작품에는 계절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자연의 숨결과 정경이 켜켜이, 그리고 진득하게 담겨졌다. 우리 전통의 오방색이 보일 듯 말 듯 혼재되며 곳곳에 숨겨진 한국의 자연이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다가온다. 출품작은 ‘산수유 마을’ ‘달빛 아래서’ ‘가을숲’ ‘세한도’ 등 총 50여점. 대부분 대작들이다. 

작가는 “깊은 생각을 잠시 접고 보면 눈으로 만끽할 수 있는 자연이라는 놈들이 보이게 마련이다. 내 그림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한 자연”이라며 대중과의 소통을 희망했다.

그는 재료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재료실험에 30여년 넘게 몰두해왔다. 프랑스 유학(파리국립미술학교) 시절 습식벽화에 꽂힌(?) 뒤로 온갖 재료 실험을 거듭해왔다. 요즘은 꽃이나 나무 등 원하는 형태를 흙으로 빚고, 석고를 부어 틀을 먼저 만든다. 그리곤 한지죽을 틀에 넣어 뻥튀기 같은 한지 부조로 빚은 다음 캔버스에 붙인 후 황토와 돌가루를 입힌다. 여기에 먹과 안료로 색을 내고, 목탄으로 선을 그려 작품을 완성한다. 힘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 탓에 그의 작품은 두터운 마티에르(질감)와 입체감이 각별하다. 서양화를 전공한 ‘서양화가’로 분류되지만 서양물감보다 더 좋은 재료, 이를테면 한지와 천연물감 등이 우리에게 있는 만큼 그걸 비빔밥처럼 잘 요리해 서양과는 또다른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믿는다.

재료뿐 아니라 내용 또한 획일화된 기존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거듭 중이다. 소실점을 한곳에 두고 원근법을 중시하는 서양정물화와는 달리, 전통민화처럼 다(多)시점을 이용해 한결 자유롭고 스펙터클함을 추구하는 게 그 예.

미술 칼럼니스트 손철주 씨(학고재 주간)는 “전병현의 풍경은 너와 내가 그림 안에서 화가의 마음을 따라 함께 느끼고 더불어 위안을 얻는 살가운 경험을 하게 하는 풍경”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02-720-1020 <사진은 서양의 틀에 한국의 서정을 꾹꾹 담아넣은 전병현의 신작들. 두툼한 질감과 다채로운 표현, 오묘한 색감 등이 특징이다. 사진 제공 가나아트갤러리.>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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