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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를 찢고 또 찢어서 차린 '특별한 만찬'  

한지를 찢고 또 찢어서 차린 '특별한 만찬'

`한지 부조 작가` 전병현
가나아트 `어피어링 시리즈`展r"파괴와 창조는 한 몸

  • 이향휘 기자
  • 입력 : 2017.06.23 15: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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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Appear-Fruit' 224×160㎝.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아버지를 암으로 잃었다.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미대 갈 돈이 없어 군대에 지원했다. 행정병으로 일하면서도 그림을 끄적거렸다. 전역 후 인천 송도 앞바다 갯벌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그렸다.
그 그림을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 냈다가 덜컥 대상을 받았다. 그해 서울 종로에서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에게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그는 그 길로 파리에 유학 가 그림과 공부를 병행했다. '한지 부조 작가' 전병현(60) 얘기다. 그를 평생 후원한 이호재 회장이 설립한 가나아트센터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같은 공간에서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7년 만이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전병현 작품인가 싶어 깜짝 놀라게 된다. 작품이 다시 한 번 변모했기 때문이다. 전시명은 '어피어링 시리즈(Appearing Series)'. 한지를 찢고 또 찢어서 그 속살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조는 파괴에서 온다는 말이 있는가. 그의 신작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작가는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하면서 그린 그림을 마지막에 손으로 찢어서 작품을 완성했다. 한지가 너풀너풀 찢어져 있는데, 그 뜯겨진 틈새 사이로 한지 아래쪽 속살이 드러나면서 층층이 숨겨져 있던 색들이 모습을 보인다. 그는 "7년 전 강아지가 거실 소파를 갈기갈기 찢어발린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서양화는 색을 덧칠하는 형식인데 우리 동양화는 종이 속으로 색이 스며드는 '음'의 원리를 갖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뜯고 또 뜯어서 그 속살을 찾겠다는 일종의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45년간 작업하면서 5년마다 기법과 소재를 바꾼 그다. 눈 감은 인물의 초상화 시리즈, 매화가 항아리에서 만개한 '블로섬' 시리즈는 특히 인기다. 그래도 그는 과감하게 버린다. "아무리 잘 팔려도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이 작가"라는 신념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오랫동안 벽화를 전공한 그는 물에 불린 한지죽을 캔버스에 붙여 독특한 질감을 창조했다. 그래서 '한지 부조 작가'라는 이색 별칭이 붙었다. '싹공'이라는 아호도 갖고 있다. 초하루 삭(朔)에 빌 공(空)을 더해 만든 말. 가득 차오르면 서서히 이지러졌다가 다시 차오르는 달의 순환 원리를 닮고 싶어서라고 한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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