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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부조로 빚은 풍경..전병현展Chon byung hyun Newspaper article  
기사입력 2010-09-14 15:53 0


전병현, 길, 112.1x162.2cm,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2010.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한지죽을 이용해 독특한 질감이 나는 꽃그림을 그려온 화가 전병현(53)이 3년만에 개인전을 마련했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 제목은 3년전 전시와 같은 '블러섬'(Blossom)이다. 하지만 백자에 담긴 꽃나무 가지를 소재로 했던 3년전과는 달리 숲이나 들판 등을 그린 풍경화가 주류를 이룬다.

광릉 수목원과 지리산, 강진의 마량포구 풍경 등 작가가 직접 다녀온 곳을 담은 그림에서는 다소 차가워진 가을 바람의 느낌이 난다.

그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다른 화가와는 달리 유독 재료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는다.

꽃이나 나무 등 원하는 형태를 흙으로 빚고 석고를 부어 틀을 만든다. 그리고 한지죽을 틀에 넣어 물기를 빼면 마치 뻥튀기 과자 같은 느낌의 한지 부조가 만들어진다.

이 한지부조를 일일이 손으로 찢어 캔버스에 붙이고 황토와 돌가루를 입힌다. 여기에 다시 먹과 안료로 색을 내고 목탄으로 선을 그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두터운 마티에르와 입체감이 살아있는 독특한 그림이 완성된다.


전병현, 나무, 80x170cm,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2008

주재료인 한지는 형광물질로 표백하는 중국산 대신 우리 인간문화재가 만든 것만을 고집하고, 안료도 직접 영국의 물감 회사에 천연재료로 만든 것을 주문해 사용할 정도로 까다롭다.

천연재료를 사용한 덕분에 마치 캔버스 자체에서 배어나온 듯 은은하면서도 튀지 않는 색은 따뜻하고 친근하다.

"프랑스 유학시절부터 재료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먹과 화선지, 캔버스, 유화 물감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거든요. 서양의 유화물감이나 아크릴물감보다 더 좋은 재료가 우리에게 있고 그걸 잘 요리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법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무거워 보여도 두들겨보면 속이 다 비어 있어 가볍습니다. 하지만, 내구성이 강해 잘 안 깨지죠. 정말 연구 많이 했어요."

정물화에도 천편일률적인 서양식 정물화에서 벗어나려는 작가의 노력과 연구가 숨어있다. 소실점을 한 곳에 두고 원근법을 중시하는 일반적인 정물화와는 달리 그의 정물화는 전통 민화처럼 다시점을 이용해 좀 더 자유롭다.

"화가들은 사실 재료가 한정돼 있어 표현양식이 이미지 중심으로 가게 되는데 화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다 실험해 보고 싶어요. 마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듯이 사각형 틀 안에서 여러 요소를 조화시키는 거죠. 사각형 안에서 제 꿈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전시는 17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02-720-1020.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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